2009년 8월 5일 수요일

일본 언론이 바라본 클린턴의 방북

미국의 빌 클린턴 전대통령의 전격 북한방문으로 억류되어 있던 미국인 여기자 2명이 풀려났다. 이 소식은 8월 5일자 일본 종합 일간지의 톱기사로 다루어지는등 일본 매스컴에서도 큰 뉴스로 다루어졌다.
 
8월 4일 아침부터 클린턴의 일거수 일투족을 구체적으로 보도해 가던 일본 언론들은 8월 5일 두 여기자의 동행석방(특별사면)이 실현되자 석간신문 1면 톱기사(8월 5일자)로 이번 방북과정을 자세히 소개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이번 클린턴의 전격방문을 "미국의 발빠른 공격적 외교"라고 평했다.
 
<요미우리>는 먼저 클린턴의 체재시간에 주목했다. 신문은 클린턴이 북한에 머문 시간이 24시간에도 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언급하면서, "미국은 어디까지나 북에 억류당해 있던 여성기자들의 석방이 (방북의) 최대 목적으로, 핵문제는 북미'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요미우리>는 북한 입장에서 본다면, 상당한 외교적 성과를 거두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그간 핵실험과 장거리유도탄 발사등 강경전술을 펴왔음에도 불구하고 미 전대통령의 방문을 받았고,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특별사면'라는 형식으로 클린턴이 여기자들을 데리고 갈 수 있도록 '은전'을 베풀었다.
 
또한 끊임없는 건강악화설에 시달리고 있던 김 위원장을 대중 앞에 나타나게 해 김정일 체제의 건재함을 과시할 수 있었다는 것도 효과가 컸다고 본 것이다.
 
<도쿄신문> 역시 8월 5일자 석간 톱기사로 "북한이 미국인 기자를 은사(恩赦)했다"는 기사를 통해 "시시각각으로 북한을 조이고 있던 제재포위망을 견제하는 양자회담"이라고 규정하면서 "북미융화무드를 연출함으로 국제사회가 결속하기 시작하고 있던 경제제재의 포위망을 견제함과 동시에 국내외적으로는 체제의 안정을 자랑하는 결속력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분석했다.
 
실제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의 8월 5일자 "보도발표"를 통해 "미국의 클린턴 전대통령이 두명의 미국인 기자가 공화국(북한)의 실정법을 어긴 것에 대해 깊이 사죄했으며 클린턴씨는 버락 오바마 미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가지고 왔다"고 밝혔다. 미국측은 "이번 클린턴씨의 방북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고 언급한 것에 비한다면 온도차가 꽤 있다.
 
한편, <도쿄신문>은 "일본과 한국의 경계의식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북미대화가 재개되어 비핵화교섭이 진전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그간 경제제재에 힘을 써왔던 일본과 한국은 이런 식의 안이한 양보에 철저한 경계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이다.
 
<마이니치 신문>은 미 정부 관계자의 입을 빌려 "이번 석방건은 핵문제와 철저히 분리시켜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니치>는 로이터 통신을 인용해 "미 정부당국자는 이번 방북과 핵문제는 따로 놓고 생각한다는 것이 북미간의 사전약속이었고, 이에 따라 클린턴씨의 전격방문은 사적인 방문으로 봐야 한다"고 보도했다.
 
또한 신문은 클린턴을 보좌한 방북멤버에 주목했다. 클린턴씨의 측근인사로 구성된 이번 방북멤버들 중에는 근무처에 정식 여름휴가를 신청한 후 방북행에 오른 이도 있을 정도로 비밀스럽게 이루어졌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이가 존 포데스터다. <조선중앙통신>이 국내외에 배포한 아래 사진에서 뒤쪽 왼쪽에서 세번째에 자리잡은 민주당계 싱크탱크 <아메리카 진보센터>의 최고 책임자 존 포데스터는 클린턴 정권 시절 수석보좌관을 맡았고, 오바마 대통령의 정권이행팀(인수위)의 공동의장을 맡은 민주당 최고권위의 싱크탱크다.
 
또한 오른쪽 뒷줄 두번째는 06년까지 약 30년간 미 국무성에 근무한 관료로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6자회담의 실무를 담당한 바 있는 데이비드 스트라우브다.

 

오바마 대통령 인수위의 공동의장을 지낸 이와 30년간 정권의 부침과는 상관없이 북한 핵문제 실무를 다뤄온 관료가 클린턴과 함께 방북을 했다. 클린턴의 이번 방북이 단순한 "여기자 구출을 위한 인도적 행위"로만 보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는 것도, 바로 이러한 멤버구성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아사히 신문>은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발표 요지문을 실어 눈길을 끌었다. 또 클린턴이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며 김정일 총서기나 북한 핵문제 등이 아닌 클린턴에 초점을 맞추어 논지를 전개해 나갔다.
 
신문은 ABC뉴스, CNN의 인터뷰, 로이터 통신등 복수 언론사의 기사를 인용해 "이번 클린턴의 방북은 앨 고어의 요청에 따른 것", "북한이 클린턴을 지명했다", "클린턴의 방북 의미는 크다", "팀 클린턴이 재결성됐다"는 식의 수식어로 빌 클린턴이 화려한 복귀식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번 클린턴의 방북에 대해, 5일 오전 가와무라 다케오 관방장관이 정례기자회견을 통해 일본정부의 공식입장을 말했다.
 
가와무라 씨는 "이번 방북에 대해서는 높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다"면서 "두명의 미국인 여기자가 풀려난 것을 환영한다"고 간단하게 언급했다. 또 이번 방북에 대해 미국측에서 사전연락이 있었다는 점도 공식적으로 밝혔다. (본문일부 경칭 생략)

 

일본 언론이 바라본 클린턴의 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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